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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운제(河雲齊) 소고(小考)

-달팽이 뿔과 傾傾之士(경위지사) -

김철중 | 기사입력 2023/11/10 [09:22]

하운제(河雲齊) 소고(小考)

-달팽이 뿔과 傾傾之士(경위지사) -
김철중 | 입력 : 2023/11/10 [09:22]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은 저서 사기(史記)》 〈장의열전(張儀列傳)에서 경위지사(傾傾之士)의 대표적인 인물로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살았던 합종연횡(合從連衡)을 주장했던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를 꼽았습니다. 경위지사란 궤변을 늘어놓아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전국시대에 소진은 강대국인 진()나라를 두고 연(((((() 6개국이 연합하여 진()나라에 대항하자는 합종책(合從策)을 주장했고, 장의는 6개국이 횡적 동맹을 맺어 동서로 연합해 진나라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연횡책(連衡策)을 주장했습니다. 강대국인 진나라를 두고 소진과 장의는 서로 다른 이상을 그린 거죠. 가능했을까요?

 

 사마천은 유세가(遊說家)인 소진과 장의 두 사람은 궤변을 말하여 세상 사람들을 현혹하며 나라를 어지럽히고 위태롭게 만드는 위험한 인물들이다[此兩人眞傾危之士哉].”라고 두 사람을 평가했습니다.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을 그럴듯하게 둘러대어 합리화하려는 궤변으로 국가를 위태로운 지경에 몰아넣는 사람이라는 말이죠. .

 

 지금 우리 사회는 김포의 서울 편입 논란에서 비롯된 메가시티 논쟁으로 뜨겁습니다. 한쪽에선 시대의 트랜드에 발맞춰 도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을 메가시티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선 그렇게 되면 수도권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져 지방이 붕괴된다며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지방발전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누가 소진이고, 누가 장의일까요?

 

 와각지쟁(蝸角之爭)이란 말이 있습니다.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운다는 뜻으로, 아무 소용도 없는 싸움을 말하는 사자성어죠. 장자(莊子)의 칙양편(則陽篇)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전국시대 위()나라 혜왕(惠王)이 동맹국인 제()나라 위왕(威王)을 암살할 것이냐, 전쟁을 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에 빠졌을 때, 대진인(戴晉人)이란 현인이 혜왕을 찾아 와 전하와 위왕이 전쟁하는 것이나 달팽이 촉각 위의 촉씨와 만씨가 싸우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라는 말로 혜왕의 의지를 꺾었다는 데서 유래된 말입니다.

 

 먹고 살기가 너무 어렵다고들 합니다. 제가 김포시민이 아니라서 그런지 제 귀엔 그저 달팽이 뿔 위에서 자기들끼리 싸우는 소리로밖엔 안 들립니다. 요즘 우리 사회엔 정치는 없고 달팽이 뿔들만 있는 거 같습니다. 어쩌면 오늘도 하루를 보내기가 버거울 거 같습니다.

 

                                                         河雲齊에서 김철중  weekly56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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