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니 어느덧 60을 넘은 나이를 흰머리와 주름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말이 좋아 586세대지 그냥 초로기에 접어든 예비 노인일 뿐입니다. 세월의 무게일까요. 어깨가 약간 처진 것도 같고, 배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허리도 약간 굽은 거 같습니다. 아쉽지만 돌아갈 수 없고, 안타깝지만 붙잡을 수 없는 세월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586세대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부패한 586세대들의 퇴진을 주장하고, 다른 일각에서는 아직은 586세대들의 경륜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주장을 합니다. 모두 정치영역에 속한 사람들의 말입니다. 정치. 참 말 많은 동네입니다.
586세대를 민주화 세대라고도 합니다. 엄혹하고도 잔인했던 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서 극렬한 저항을 했던 세대이기 때문일 겁니다. 많은 시민과 학생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민주화를 쟁취했던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에 586세대는 순수한 열정이 넘쳤고, 서로에 어깨를 붙잡은 스크럼 속에서 모두가 하나가 됐던 것 같습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우리 586세대들은 세월이란 그릇에 담겨 자신들도 모르게 썩어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일부는 그랬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의 비난을 자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은 영원할 수 없습니다. 암울하고 엄혹했던 80년대. 최루탄 연기가 도심에 도로를 뒤덮었던 그 시절을 지나온 내게 남은 건 몇 장의 사진과 사진 속에 담긴 기억과 단편적인 시간에 흔적들 뿐입니다.
청년도, 중년도, 장년도, 노인도 아닌 딱히 그 명칭마저 부르기 애매한 나이가 586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 586세대 중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저 자신에게 말합니다. “잊지는 말되, 그리워하지는 말자고.”
간디가 그랬나요? 일 년 중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들이 있다고…그건 바로 어제와 내일이라고…다시 책상에 앉아 오늘 할 일을 해야겠습니다. 어제와 내일은 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흰머리가 조금은 더 늘 거 같습니다.
-하운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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