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이였을 때입니다. 누군가 꿈을 물으면 아이들은 대부분 의사나 판•검사가 꿈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꿈을 물으면 다양한 대답들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중 제일 많은 건 연예인이라죠, 아마.
고등학교 시절입니다. 성적이 상위권인 문과생 대부분은 명문대 법대가 목표였습니다. 성적이 상위권 이과생들은 명문대 의대가 목표였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재수와 삼수도 괘념치 않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출세와 명예가 보장되는 직업이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와 판•검사라는 직업은 지금도 매력적이지만요.
그런 그들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서로 간의 불신과 분노로 인해 한쪽은 거리에서 정권투쟁을 외치고, 다른 한쪽은 법적 처벌을 거론하며 서로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고통과 불안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샙니다. 환자들은 불안하고, 보호자들은 마음을 졸이는데 말입니다.
의사들은 ⌜제네바 선언(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등, 9개의 서약을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名譽)를 받들어 하노라.’라고 선언합니다.
검사들은 ⌜검사 선서⌟에서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가 되겠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名譽)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라고 선서합니다.
둘 다 명예를 말합니다. 과연 그 명예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요?
명예(名譽)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를 말하거나 ⌜어떤 사람의 공로나 권위를 높이 기리어 특별히 수여하는 칭호.⌟를 말합니다.
저만이 그럴까요. 제 눈에는 지금의 양쪽 모습이 서로 간에 자존심 싸움처럼 보입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의사 집단은 의사 집단대로 서로에 자존심을 건 소위, 문과 엘리트 대 이과 엘리트의 자존심 싸움으로만 보입니다. 국민은 골병드는데 말이죠. 참 어처구니없는 세상을 봅니다. 명예라는 것이 하찮아지는 세상입니다.
하운재에서 바라본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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