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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문학> 빛꽃글밭(桓花文耕) - 돼지촌의 당당한 돼지가 되어 김재홍

안창현 | 기사입력 2024/07/07 [16:20]

<위클리문학> 빛꽃글밭(桓花文耕) - 돼지촌의 당당한 돼지가 되어 김재홍

안창현 | 입력 : 2024/07/07 [16:20]

 

 

▲ 지난해 12월, 제15회 시작문학상 시상식에서 우로부터 평론가 전영태 교수, 수상자 김재홍 시인, 김정선 작가, 뒤 우로부터 안창현 시인, 임장혁 시인.




 

 

 

 

 

돼지촌의 당당한 돼지가 되어

 

김재홍

 

돈도리는 된섬으로

북적거리는 돼지촌

 

돼지를 먹은 돼지와

돼지를 버린 돼지가

끼리끼리 위로하며

 

한길로 또각또각

울다가 웃다가

뛰고 달리며 사랑을 좇다가

 

삼십 년 동안 돼지는

죽지도 않고 꽥꽥거리며

꿀꿀거리며

 

소보다 싸고

소보다 작으며

소보다 빨리 자라고

 

된섬은 돼지들의 천국으로

꿀꿀거리는 돼지 소굴로

 

돼지는 돼지를 위하여 울고

돼지는 돼지를 위하여 죽고

 

/심사평/

노자는 자신의 '도덕경1장 첫 행을 저 유명한 道可道非常道(도가도비상도)로 시작한다. 도를 도라고 하면 상도常道가 아니다. 이것을 하이데거의 논법에 대응시키면 앞의 도'존재자'에 상도常道'존재'에 해당하리라. 존재는 존재자를 있게 하는 근원이며 본질이다. 이것은 말로 규정하거나 설명할 수 없다. 말의 그물에 잡히지도 갇히지도 않는다. 굳이 설명한다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지만, 모든 사물을 사물답게 작용하는 기운이며 질서"라고 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시의 궁극은 바로 이와 같이 말로 할 수 없는 말의 세계를 감지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시적 언어의 촉수가 향하는 곳도 기본적으로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이면의 근원이 아닐까? 이러한 질문 앞에 김재홍의 시집 "돼지촌의 당당한 돼지가 되어가 눈길을 끈다. 그의 시 세계를 가로지르는 "고귀하지도 않고 비천하지도 않은 나날"에 대한 "어느 현재주의자의 기록" 들의 중심점에는 영혼의 심연이 살고 있다. 그의 텅 빈 과거로 혹은/ 텅 빈 허공으로 미래로 치닫는 시적 언어의 행렬들이 "영혼의 무표정한 내면 속으로 빠져들고, 다시 그곳에서 밖으로 확산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의 "어느 현재주의자의 기록""모든 소리의 바깥""겹겹이 쟁여진 시간 속""관점 혹은 관점주의"를 바꾸어 가며 탐사하고 있다.

앞으로 그가 새롭게 열어 갈 비밀스러운 모든과 아무의 형식/ 혹은 말하면서 말하지 않는 형식"의 세계가 기대된다. 그의 "우글거리는 음과 돌발적인 음소"들이 지닌, 우리 시의 현재성의 시간과 영토를 깊이 확장하는 계기들을 평가하여, 2023년 시작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다. 더욱 큰 정진과 문운을 기원한다.

202312

심사위원: 이재무, 유성호, 홍용희()

시작 2023년 겨울호 

 

김재홍 시인 약력

1994년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3중앙일보로 시, 2022광남일보로 문학평론 등단. 시집 메히아』 『다큐멘터리의 눈』 『주름, 펼치는』 『돼지촌의 당당한 돼지가 되어산문집 너를 생각하고 사랑하고등이 있음. 2017년 박두진문학상 젊은 시인상 수상.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2023돼지촌의 당당한 돼지가 되어시집으로 시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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