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봉사보다 더 높은 종교가 있을까?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자 ‘상대성이론’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 3. 14 ~ 1955. 4. 18.)은 “There is no religion than human service. (인간의 봉사보다 더 높은 종교는 없다)”는 말로 ‘봉사’에 성스러운 가치를 부여했다. 여기 그 성스러운 가치를 자기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대한적십자봉사회 경기도협의회 노용국 직전회장이 바로 주인공이다. 그를 만나 진솔한 삶의 향기를 물었다.-
-먼저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 소감은. 민망하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분수에 넘치는 상을 받았다. 모두가 동료 봉사원 덕분이다. 조금 더 희생하고 봉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축하에 감사하다.
-노 회장은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적십자봉사원 활동을 임하고 있는데 적십자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운명이다. 지난 2001년, 로타리클럽 활동 중 안도장학회 일원으로 기부물품(컴퓨터, 옷가지, 도서 등)을 전달하기 위해 중국 안도현에 있는 제일중학교를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중국에도 적십자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중국에서는 적십자를 홍십자라고 한다. 그 당시 적십자는 헌혈이나 적십자회비를 받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중국에서 홍십자 회원의 활동을 대하고 의구심을 느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홍십자 회원은 이념이나 종교를 떠나 만인의 곁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저도 저런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것이 적십자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제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봉사’란 어떤 의미인가. 지금까지 제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거나 찾으면서 봉사활동을 해오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것이 자신이든 타인이든 나름 어떤 소중한 의미가 있을 수는 있지만 동료 봉사원 중 봉사를 하면서 자기 삶에 만족도를 높였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그것이 봉사의 의미였다고 했다. 하지만 저는 봉사에 어떤 의미를 찾거나 부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우리가 숨을 쉬는데 이유를 찾거나 의미를 부여하진 않듯이 그것처럼 봉사란 우리가 호흡을 하듯 자연스런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곧 행복으로 판단한다. 굳이 말한다면 저는 그게 봉사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가장 소중하게 기억하는 봉사활동이 있듯이 하나만 소개한다면. 기억한다. 지난 2009년, 자원봉사단(42명)을 꾸려 힘들고 어렵게 시도한 봉사다. 전남 고흥군 어린 사슴을 닮았다는 소록도, 섬 전체가 한센환우가 기거하는 7개 마을이다. 당시 듣기로는 4명의 정규직 의사와 7명의 보건의가 있는 평온한 섬이었는데 그들은 누구를 대할 때마다 숭늉이나 음료수를 내놓는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들이 주는 음식을 거리낌 없이 대하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열어준다고 들었다. 봉사단 일행은 모두 거리감을 두지 않아 다행이었다. 주로 마을마다 전기공사, 소독방역 등 그들이 손이 닿지 않는 허드렛일이지만 당시 적십자봉사원으로는 한센환우와 첫 만남이었다. 대다수의 여성분은 헤어파마를 원하고 자장면이 먹고 싶어 했다. 다행히 단원 중 미용봉사원이 합류해 성공사업을 마친 소중한 기억이고 교훈이었다.
<타인을 위한 봉사에는 ‘희생’과 ‘헌신’이 따른다. ‘희생’이란 어떤 상황에서 나오는 어려운 선택과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고, ‘헌신’은 보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노력과 헌신을 통해 특정 가치나 목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봉사를 한다는 것은 자기희생과 헌신이 뒤따르는 것이다. 노용국의 삶은 이런 희생과 헌신으로 이어져 왔다.>
-봉사활동에 좋은 기억만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 아픈 기억이 있다면. 얼마 전에도 저와 유사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봤다. 그분은 살렸는데, 오래전 저 역시 그런 적이 있었다. 지역 독거노인에게 쌀과 연탄을 배달했다. 후미진 골목 안쪽에 사시는 독거노인 집에 쌀과 부식을 가져가서 문을 두들겼는데 문은 잠겨있었고 안에서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문 앞에다 물건들을 놓고 돌아왔다.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오후에 다시 갔는데 물건이 그대로 있었다. 그때 어떤 조치를 취했어도 소용없는 일, 이미 돌아가신지 수일이 지난 듯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죄스럽고 그때 어르신이 돌아가신 일이 정말 아픈 기억의 상처만큼 트라우마도 남았다.
-적십자봉사회에 대한 어떤 안타까움, 아쉬움 같은 게 있는지. 대한적십자는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봉사단체 중에서 평균연령이 제일 높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봉사원의 평균연령이 55세 정도라고 보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거의 없다. 이것이 대한적십자봉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이자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세대 간에 소통과 협력을 통해 적십자는 미래지향적인 봉사활동을 펼쳐나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먼저 젊은 세대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어떤 환경과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그런 환경과 모멘텀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봉사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그리고 봉사에는 어떤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이념적, 문화적 차별도 없다. 봉사는 그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주는 평등과 평화를 구현하는 선물이다. 누구라도,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 봉사는 인간의 고귀한 선함을 실천하는 일이다. 거기에는 연령도 지위도 계층도 없다. 봉사하세요. 물론 봉사에는 자기희생이 따르지만 그 희생은 정말 아름다운 희생이다. 감사합니다.
대담 • 김철중 기자 weekly5627@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인기기사
기획/특집 많이 본 기사
|